아이둘 키우기

아들과의 한바탕

책읽는하하쌤 2022. 5. 5.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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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에 중1이 된 아들과 한바탕 말다툼이 있었다. 아침부터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둘이서 아침부터 전쟁을 치렀다.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면 후회하는 부모의 마음처럼 아이를 학교에 보내 놓고 마음이 좋지가 않았다.

아직 미성년자인 아들은 본인 명의로 카드를 만들 수 없어서 내 명의로 토스 뱅크에서 체크카드를 만들어 주었다. 카드에 남은 잔액이 궁금했던 아들은 나에게 잔액을 확인해 달라고 했다. 그때 나는 무척 바쁘게 내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 확인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대충 듣고 넘겼는데 아들이 계속해서 묻길래 어제 잠깐 확인한 잔액이 기억나는 거 같아서 19000원 정도 남았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들은 그럴 리가 없다면서 다시 확인을 해달라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났다. 엄마가 확인했는데 왜 자꾸 그러냐고 짜증스럽게 말했다. 그때부터 아들도 같이 짜증을 내고 큰 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자기는 분명 8000원 정도라고 알고 있다며 재차 확인을 요구했다. '왜 엄마는 짜증을 내냐, 그게 그렇게 짜증 낼 일이냐, 당장 확인해 달라'라고 큰 소리로 따져 물었다. 덩치도 이미 나보다 훨씬 커버린 아들이 눈을 크게 뜨고 화를 내니 나도 감정이 극으로 달했다. 아~~ 여기서 정신을 차리고 잔액을 확인해 주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못난 엄마가 그만 감정조절에 실패를 했다. 서운한 마음에 대충 아침밥만 식탁 위해 차려 놓고 안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결국 그렇게 서로의 마음만 상하고 아들은 학교를 갔다.

아이들이 다 학교에 가고 집안이 조용해 지니 그제야 마음의 평정을 찾았고, 후회가 밀려왔다. 그냥 하던 일 잠시 멈추고 확인 한 번 해줄걸. 왜 그게 그렇게 어려웠을까? 생각하며 그제야 휴대폰을 열고 잔액을 확인했다. 휴대폰 화면을 보는 순간, 헉~~~ 분명 어제 19000원 정도 잔액이었는데 ~~ 왜~~~ 8126원이라고 적혀있는 거지. 순간 당황하여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를 어찌해야 하나? 내가 돈을 더 넣어서 19000원을 만들어야 하나? 하는 유치한 생각이 순간 머릿속을 스쳤다. 내가 생각해도 진짜 구린 엄마다.


바로 아들에게 사과 문자를 보냈다. 엄마가 바쁜 일 하는데 자꾸 물어서 짜증이 났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잔액을 알려주기로 했다. 그리고 아주 어렵게 '니 말이 맞았다'고 다시 한번 미안하다고 했다. 정말 민망하고 부끄러운 사과의 순간이었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했다.


아들의 답변은 아~~ 넵... 이것으로 끝이었다. 문자로 아들의 마음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내 생각보다 아들은 쿨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못난 엄마만 전전긍긍 했구나, 우리 아들은 이미 학교에서 친구들과 만나면서 엄마와의 다툼은 잊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들었다. 그리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저녁에 아들과 얼굴을 보면서 다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마가 잘 못을 인정하지만 니가 엄마에게 큰 소리로 대들은 것은 무척 서운하다고 이야기했다. 아들도 내가 별일도 아닌데 짜증을 내는 게 화가 났다고 한다. 그 부분은 아들이 나에게 사과 했다. 이렇게 서로 서운한 마음을 이야기하면서 아침의 해프닝은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엄마의 잘 못을 쿨하게 웃으며 넘겨주고 자신의 마음도 솔직히 표현해 주어서 고맙다.

엄마 경력 16년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부모라는 자리가 나에게는 한없이 어렵고 부족하다. 그냥 아이들과 내가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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